essay

개발자의 글쓰기, 기술 블로그에 대하여

11 min read|20. 4. 6.

writing-of-developers

우선 이 글은 서평을 써내려가다가 에세이 글이 되었다. 서평을 쓰고 있던 책은 개발자의 글쓰기라는 책이다. 이 책은 개발자가 업무를 진행하면서 코드말고 작성해야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 글쓰기의 기본
  • 네이밍 컨벤션
  • 에러 메세지
  • 체인지로그
  • 장애보고서
  • 제안서
  • 그리고 블로그

사실 마지막 장에서 다룬 '블로그'에 대한 부분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앞의 내용도 알차고 좋았다. 그 중 원래 목적이었던 블로그 부분에 대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블로그

개발을 시작하고나서 약 4년 간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다. 티스토리(Tistory) 블로그, GitHub 블로그, Medium 플랫폼을 거쳐 Gatsby로 직접 만든 블로그에 정착을 해서 글을 쓰고 있다. (아쉽게도 플랫폼 하나를 정하고 쭉 글을 작성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플랫폼을 떠나 나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왔는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가 추천하는 기술 블로그의는 다음 세 가지 특성을 만족하는 글, 포스팅이다.

  1. 소재 우선 글쓰기
  2. 자기 수준 글쓰기
  3. 재미있는 글쓰기

누구를 위한 글인가?

언제부터인가 특별한 대상을 예상한 포스팅이 아닌 일반 블로그 포스팅을 쓸 때, 예상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작성했다. 그 이유는 내 블로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다고 생각이 되었고 초심자를 대상으로 한없이 쉽게 풀어쓰자니 정작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을 쓰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나와 같은 비전공자 입장에서 개발을 처음 공부할 때 느끼는 감정을 기반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용어 하나 하나에 대해 비전문적인 지식으로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 노력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경험 위주의 글을 많이 작성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설명을 넘어가기도 하였다.

이 책의 저자도 전부 설명하려 하지 말고 글의 본질에 집중하라고 이야기한다. 글쓴이는 독자에게 다루고 있는 소재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주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한다.

무엇에 대한 글인가?

  • 저) 직접 경험하고 실험한 과정이나 결과
  • 술) 어떤 것을 분석하여 의미를 풀이하고 해석한 것
  • 편) 산만하고 복잡한 자료를 편집해 질서를 부여한 것
  • 집) 여러 사람의 견해나 흩어진 자료를 한데 모아 정리한 것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글이 집, 그 다음이 편, 술, 저라고 한다. 돌이켜봤을 때, 처음 블로그를 했을 때는 여러 선배 개발자 분들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정리한 내용들을 블로그에 올리곤 했다. 참고하게 되는 블로그가 점점 한국어로 작성된 블로그가 아닌 영어로 작성된 블로그가 되면서 '편'으로 글의 특성이 바뀐 것 같다.

최근에는 현업에서 개발을 하면서 느낀 부분, 생각들을 주로 정리하면서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다. 알게 모르게 쉽게 작성할 수 있는 글부터 써왔던 것이다. 블로그 시작이 어렵다면 '집', '편'과 같은 특성의 글로 블로그 기초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기술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께

내가 감히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생각되지만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봤다.

이번엔 어떤 소재로 글을 쓸까

한창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소재 찾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작성하고 싶은 소재가 밀리고 밀려 너무 많은 지경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라 작성을 미뤄둔 소재는 지인에게 추천하기도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처음엔 소재 찾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명확하게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때 당시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다 거기서 거기였던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 때에 비해 지금은 조금 더 나아진 상황이기에 모르는 것 투성이고 그러다보니 블로그 글로 작성하며 정리하고 싶은 것이 많아진 것이다.

블로그가 도움이 되나요?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면 좋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시작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시간 낭비만 하는 것 같다고 푸념하는 메세지를 가끔 받는다. 내가 만난 분들은 다음 세 가지 분류 중 하나였다.

  1. 블로그 포스팅 작성을 두 세개만 작성해봤다.
  2.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그대로 가져다가 대충 짜집기 해둔 포스팅을 작성한다.
  3. 강의를 들으며 필기한 내용들을 아무런 편집 과정없이 그대로 포스팅으로 작성한다.

1번의 경우엔 이틀 헬스장 다녀오고나서 살이 빠지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2번의 경우엔 나중에 정리한 내용에 대해 까먹었을 때, 다시 찾아볼 용도로는 어느 정도 유용하겠지만 이 정도로 정리하면 정리했다는 사실조차 있고 visited 링크를 다시 클릭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번도 마찬가지 이유로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포스팅이다. 블로그 글을 작성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언어로 작성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특별한 어투, 문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리하는 내용을 어느정도 이해했다는 가정하에 남에게 설명하듯이 써내려가는 것을 말한다.

끊임없이 '왜'라는 꼬리 질문을 하며 조사하려고 한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을 한 다음 작성하는 포스팅은 그냥 여기 저기에서 읽은 글들을 짜집기 한 글과 차원이 다르다. 물론 그 효과도 다르다.

'어느 정도'라고 한 것은 정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주제를 잘못 골라서 하나의 포스팅도 제대로 마무리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다음 포스팅을 작성하는데 힘들어진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조사를 진행하고 이 정도 이해했으면 됐다.라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포스팅을 작성하여 공유하고 그로 인해 뿌듯한 감정을 느끼는 경험이 다음 포스팅을 작성하게 한다.

위에서 언급한 '저' 단계의 글부터 작성해보자. 대신 명심해야할 것은 자신의 언어로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까지 피니시를 쳐서 뿌듯함을 느껴보자.

마무리

가끔 블로그를 운영해서 돈을 벌 수도 있냐는 질문도 받는다. 아쉽게도 평범한 개발자가 운영하는 기술 블로그가 수익까지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치킨이라도 한 마리 시켜먹고자 구글 애드센스를 걸어두고 있긴 하지만 없는 셈 치는 편이다. (가끔 들어오면 기분이 좋은 정도?) 수익보단 지식을 공유하는 뿌듯함과 자신을 위한 목적으로 기술 블로그를 운영해보는 것은 어떨까?